화통의 이야기

된소리 적기의 요령

단양의 화통 2020. 4. 19. 19:34



된소리 적기의 요령

              

                                                                                                       생활 속 우리말 글

                                                                                                                                       국회보  vol. 641 Apr. 2020. Page ; 68

                                                                                                                                       글. 김형주[상명대 국어문화원 특임교수]


      흔히 하는 짓이나 모양이 자연스럽지 못할 때 '쑥스럽다' 라고한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폐를 끼쳐 미안하고 딱한 마음이 들 때는 '안쓰럽다' 라고 한다.  그런데 왜 '쑥스럽다'와 ''안쓰럽다'에서 '-스럽다' 의 표기가 다른 걸까?


    한글맞춤 제3장 소리에 관한 규정 중 제5항을 보면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도록하고 있다. 


     '해쓱하다' 처럼 두 모음 사이에서 된 소리가 나거나 '진눈깨비' 와  '고들빼기' 처럼 비음[ㄴ, ㅁ, ㅇ]유음[ㄹ]받침 뒤에서 된소리가 나면 된소리로 적도록 한 것이다.


    요컨대 안울림소리 뒤에서 된소리가 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울림소리 뒤에서 된소리가 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않은 음운 현상을 표기에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쑥스럽다' 는 안울림소리 'ㄱ' 받침 뒤에서 된소리 [쓰럽다]가 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된소리 표기를 허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안울림소리 뒤에서 된소리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된소리 표기를 인정하지 않지만, 안울림소리 중에 'ㄱ, ㅂ' 받침의 경우 그 뒤에서 된소리가 날 때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에는 된소리로 적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뚝배기' 는 [뚝빼기]로 소리가 나더라도 된소리 표기를 허용하지 않지만,  '곱빼기' 는 [곱빼기]로 소리가 나기 때문에 된소리 표기를 허용한다.

 

   'ㄱ' 뒤에 'ㅃ'이 오는 것은 같은 음절도 아니고 비슷한 음절도 아니기 때문에 된소리 표기를 허용하지 않지만, 'ㅂ' 뒤에 'ㅃ' 이 오는 것은 비슷한 음절이기 때문에 된소리 표기를 허용하는 것이다.


   '깍두기' 와 '납작하다' 를 '깍뚜기' 와 '납짝하다' 처럼 표기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딱따구리' 와 씁쓸하다' 는 앞뒤로 비슷한 음절 'ㄸ' 과 'ㅆ' 이 겹쳐나기 때문에 된소리 표기를 허용한다.


   그렇다면 왜 '할까?' 는 된소리로 적는데 '할게' 는 된소리로 적지 않는 걸까?  두 말 모두 울림소리 'ㄴ' 받침 뒤에서 된소리가 나기 때문에 된소리로 표기해야 할 것 같은데, 의문형[할까?]은 된소리로 적는 것을 허용하지만, 복합어[눈곱, 술기운, 몸짓, 등불 등] 용언의 활용형[할게, 할걸] 구성[할 거야]등은 된소리로 적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된소리 적기와 관련해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을 소개하면 본뜻이 유지되고 있을 때에는 원형을 밝혀 적지만, 본뜻에서 멀어졌을 때에는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단어가 아니라 복합어라고 하더라도 "눈썹, 혼꾸멍나다" 처럼 본뜻에서멀어진 말은 된소리로 적는다.  


    흔히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고 못마땅한 일이 있을 때 양미간을 찡그리는 행위를 가리켜 "눈살을 찌푸리다" 라고 하는데, 이때는 '눈쌀' 이라고 하지 않고 '눈살' 이라고 한다.  '살'의 뜻이 본뜻에서 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몹씨 귀찮게 구는 짓을 뜻하는 '등쌀' 은 '살'의 뜻이 본뜻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된소리로 적는다.



2020년 04월 19일


4.19 학생의거 기념일에

충북 단양의 장촌말 집에서


단양의 화통 /  6K2FYL 신영섭이가


국회보 통권 641호

2020년 04월호 Page 68의 전면을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