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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식혜. 안동의 헛 제사밥, 안동 간 고등어, 배추 전, 문어와 돔배기

단양의 화통 2015. 2. 23. 16:59

 

 

 안동식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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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식혜/ 이미지=한국민족문화대백과


     안동식혜는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이 음식은 안동 문화권인 경북 북부 지방에만 맛볼 수 있습니다.   같은 문화권인 의성이나 예천 서부지방 등지에서는 거의 먹지 않는 것으로 봐서 ‘안동식혜’라고 이름 을 붙여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안동에서는 흔히 ‘식혜’라고 하면 이 안동식혜를 칭하는 것입니다. 타지방에서 식혜라고 부르는 것을 안동에서는 ‘감주(甘酒)’라는 별도의 용어를 사용해서 구분합니다. 따라서 안동지방에서는 식혜라고 하면 음료로도 개발된 그 식혜가 아니라, 바로 이 안동식 식혜를 말합니다.


 

 
      "안동식혜" 는 아무리 과식을 해도 배탈이 나지 않고 속을 편하게 해 줍니다.  맛이 매콤새콤하고, 독특해서 처음 먹는 사람은 이게 무슨 맛인가 하고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겨울철에 만들어 먹는다는 것과, 무채, 생강, 고춧가루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그 외에 당근, 땅콩, 잣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발효 음식이라 요구르트처럼 시큼하면서 삭힌 맛이 납니다.
 
      안동 지방에서는 설날 식혜를 만들지 않는 집이 없으며,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꼭 식혜를 대접합니다. 그 맛이 천차만별이라 세배를 다니며 집집마나 나오는 식혜 맛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음식전문가들은 안동식혜가 발효 식품이라는 점에서 젓갈의 한 종류로 보기도 합니다. 경북 북부 내륙지방에서는 생선이나, 새우 등의 젓갈 재료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무우 등 야채를 이용해서 젓갈을 담았다는 것입니다. 바다 음식이 얼마나 귀했느냐고요?  옛날 이쪽 지방 노인들의 소원이 새우젓에 밥한끼 먹어보는 것이었다고 할 정도였읍니다. 
 
      구한말 혹은 일제시대 중국 연변 지방으로 옮겨간 안동 출신 후손들이 식혜를 만드는 것을 보면 매우 걸쭉하게 만들어 마치 죽처럼 보입니다. 현재 안동지방에서는 식혜를 이처럼 심할 정도로 걸쭉하게 만들지는 않읍니다.
 
     참고로 경상북도 북부 지방은 음식 재료가 풍부하지 않고, 겨울이 길고 추운 곳이라 다른 지역에는 없는 독특한 음식 몇 가지가 있읍니다.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안동 간고등어" 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젓갈도 구경 못할 정도로 생선이 귀한 동네에 웬 ‘간 고등어’가 있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읍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만 해도 생선 장수[보부상]들이 등짐에 고등어 같은 생선을 지고 다니며 팔러 다녔읍니다.  시골구석까지 운반하는 동안 생선이 상하지 않게 하려면 그저 소금에 팍팍 절이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읍니다.  눈이 푹 들어간 고등어를 무조건 ‘새물[싱싱한 생선]’이라고 우기던 생선 장수 노인이 기억납니다.
 
     옛날에 안동을 비롯한 경북 내륙 지역의 생선은 주로 묵호, 영덕이나 울진 쪽의 산길을 통해 옮겨졌는데, 상하지 않게 내장을 빼고 소금에 푹 절였기 때문에 간고등어란 것이 탄생했읍니다.  
 
     안동의 또 다른 음식으로 ‘헛 제삿밥’ 이 유명합니다. 고향이 이쪽인 저도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음식인가’ 궁금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제사 때나 초상집에서 먹는 비빔밥에 몇 가지 제사 음식을 더하여 상품화시킨 것이었읍니다.
 
      제사 때 먹는 비빔밥은 고사리, 시금치 등의 나물을 넣고 고추장 대신 깨소금을 넣은 간장에 비벼서 먹읍니다. 예전에 상갓집에 가면 무덤을 쓰는 동안 산에서 점심을 줄 때 반드시 이 비빔밥을 손님들에게 대접했읍니다. 
 
     기타 경상북도 북부 지방 음식의 독특한 점으로 아래와 같은 것이 있읍니다. 교통이 발달한 요즘은 전국의 음식 맛과 종류가 평준화되고 있고, 제가 요리를 잘 모른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첫째, 명절이나, 제사, 초상이 났을 때 배추로 전(찌짐)을 만들어 손님을 대접합니다. 같은 경북 북부에서도 안동 지역을 중심으로 배추전을 먹읍니다. 배추전은 한번 맛들이면 다른 전은 거의 먹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읍니다.
 
둘째, 음식에 해산물을 거의 첨가하지 않습니다. 생선과 해산물이 워낙 귀해서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김치에 젓갈을 넣기 시작한 것도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당연히 된장국에 조개를 넣는 법도 없읍니다. 대신 귀한 문어를 제사상에 많이 올렸고, 그 남쪽인 바닷가인 포항이나 대구 지방에서는 상어[돔배기]를 많이 썼읍니다.
 
셋째, 닭이나 돼지고기는 주로 ‘국’을 만들어 먹읍니다. 肉고기는 워낙 귀한 음식이라 그냥은 잘 먹지 않고, 온 식구가 나눠 먹기 위해서 나물이나 토란 등을 많이 넣고, 얼큰하게 국을 끓여서 먹었읍니다.
 
넷째, 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만두를 거의 만들어 먹지 않습니다. 저는 누나가 여주로 시집을 가서 경기도 이북에서는 만두를 명절 음식으로 많이 해먹는 다는 것을  알았읍니다.
 
다섯째, 음식이 대체로 맵고 짜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요즘 식당에서 사먹는 우리나라 음식이 전반적으로 점점 달아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비빔밥도 점점 달아지고, 뚝배기 불고기는 거의 설탕물에 요리한 것 같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 외 도토리묵[꿀밤 묵]을 먹을 때 채 썬 묵을 젓가락이 아니라 국물과 간장에 적당히 버무려 숟가락으로 떠먹는데, 밥을 말아넣어 같이 먹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종가집이나, 경북 북부 지방의 전통 음식이 무척 많지만, 관련 지식이 부족해 소개를 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깝읍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2015년 02월 23일

 

설 연휴를 충북 단양에서

잘 마치고

 

날 따스한 날

경기 포천. 송우리에서

 

단양의 화통 / 6K2FYL. 신영섭 


이상흔 조선pub 기자의 기사를

재 각색하여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