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遺産
아홉 살 먹던 해
진눈깨비 날리던 날
몸보다 한 뼘씩은 큰 베옷을 입고
숭숭 뚫린 바람 속에
영문을 모르는 채 상여를 따랐다
두 발 자국 가면
한 발자국 물러나고
굼벵이보다 더디게 간 것은
40을 갓 넘긴 죽음일까.
맏 상주의 백치미였을까.
움푹 패인 무덤 속을 들여다보고
무서워 고개 돌릴 때
옆에 지핀 화톳불이 눈에 매웠다
첫 삽을 퍼붓고
눈물 훔치는 아버지의 친구가 의아해
멍하니 바라보다
어서 집에 가고만 싶었다
달고질하고
봉분 만들고
떼 입히고..........
그렇게 의미 없이 아버지는 가셨다.
30년 후
장인과 처남사이로
잊어버린 아버지가 나타 나셨다
아, 아버지!
낯선 호칭 앞에서
단란한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난, 아버지의
음성도
얼굴도
체취도 모른다.
아홉 살 바기 내 새낀
서른은 넘어서
베옷을 입혀주마
못나도 오래 사는 것이
자식위한 길일 터
무릎에 안긴 녀석을
아프게 끌어안았다.
다시 보게 하시고 page 33~35(3Sheets)
서울詩壇 시선[11]
저자 ; 李 鎭榮
2000년 10월10일 1판 1쇄
펴낸 곳 ; 문예운동
2011년 01월 17일
의정부 집에서
신영섭 올림.
저자 이 진영은 신영섭의 죽마고우로서
충북 도 교육위원회 장학사로 재직 중입니다.
현재 충북 단양의 매포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