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아니여!
태어난 것이
내 뜻이 아니고
죽는 것
내 맘이 아니니
산다는 것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여.
한 마흔쯤 되어
철들었는가 싶으면
금세 귀밑머리 희어지는 것인데
돈 모은다고 아웅다웅하는 것이
별것 아니여
어렵사리 적금붓고
몇 년지나 목돈 만지면
어느새 집값 땅값 올라 있으니
아무것도 아니여
잽싸게 대출받아
허덕허덕 갚아 가노라면
이것 저것 다 접어 두어야 하니
고달픈 세월만
속절없이 가는 것이여
돈이란 게 많아야 얼마일 것이며
그래봐야 사는 맛도 아닌 것을
번연히 알면서 아둥바둥 사는 인생
겨우 직장 잡아서 출세하겠다고
인간이 만든 층층대
한 칸 한 칸 올라가노라면
훌쩍 백발
다 늙은 뒤 직함이 무엇인가
먼저 가겠다고 친구들 잡아당기고
상사네 문턱 뻔질나게 드나들며
머리 조아려 큰절하고
이 줄 저 줄 갖다 대느라
케케묵은 것 들춰내고
이 모든 것을 다 이루었어도
아무것도 아니여
높은 산 위에서
저 아래 엎뎌있는 세상이
성냥갑 속의 아귀다툼 아니던가.
산다는 건
그저 잠깐
아침 안개 같은 것이여!
툭툭 털고 떠날 준비
무거운 짐 가볍게 내려놓고
언제라도 부르면
기다린 듯 달려갈
내 여혼 안심하고 맡길 곳
기도하며 살 일이여
짙은 어둠 몰려오기 전
부지런히 부지런히
버리며 살 일이여!
진리 안에서 훌훌
자유롭게 살 일이여!
다시 보게 하시고 page 120~122(3Sheets)
서울詩壇 시선[11]
저자 ; 李 鎭榮
2000년 10월10일 1판 1쇄
펴낸 곳 ; 문예운동
2011년 01월 17일
의정부 집에서
신영섭 올림.
저자 이 진영은 신영섭의 죽마고우로서
충북 도 교육위원회 장학사로 재직 중입니다.
현재 충북 단양의 매포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중에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