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홍합[紅蛤]

단양의 화통 2011. 2. 10. 08:40

 


홍합[紅蛤]

 

혀끝에 감치는 그 맛......... 이름만 들어도 침이 꿀꺽

 

    홍합[Mussel]은 악착같다. 또 덕지덕지 바위에 떼로 붙어산다. 행여 떨어질세라 지악스럽게 붙어산다. 태산 같은 파도가 등을 후려쳐도 눈 하나 꿈적하지 않는다. 홍합 껍데기는 울퉁불퉁 5각형[?]이다. 우툴두툴한 바위와 아귀가 맞을 리 없다. 도대체 어떻게 바위에 딱 붙어살까? 그것은 ‘실 같은 발[足絲 ; 족사]’덕분이다. 더부룩한 그 ‘털 다발’로 바위에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 홍합의 쇠고집은 그 섬유다발에서 나온다.

 

      홍합[紅蛤]은 속살이 붉거나 희다. 붉은 것은 암컷이고, 흰 것은 수컷이다.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홍합은 ‘붉은 조개[紅蛤]’ 라는 뜻이다. 암컷의 붉은 속살을 빗대어 부르는 이름이다. 淡菜[담채]라고도 한다. ‘담백한 바다 풀 맛’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다의 모든 것이 짜지만 홍합[紅蛤]만 싱겁기 때문에 담채라고 한다[閨閤叢書 ; 규합총서]

 

    바다에 사는데 어찌 짜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은 홍합[紅蛤]이 갖고 있는 Ka[칼륨]덕분이다.

 

       Ka[칼륨]은 홍합[紅蛤]속에 축적된 Na[나트륨]을 제거한다. 즉 짜가운 맛을 이 Ka[칼륨]이 자연정화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식품에는 부추[분추 or 정구지]가 Ka[칼륨]성분이 많아 Na[나트륨]제거해 준다[고기 집에서 부추가 나오는 이유]

 

    홍합[紅蛤]을 영남지방에서는 ‘합자나 열합‘, 강원도 양양. 강릉. 속초지방에서는 ’섭‘  ’섭조개‘ 라고 부른다. 조선시대 本草綱目[본초강목]에서는 ’東海夫人[동해부인]’이라고 표시했다. ‘夫人[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거나, 자기 아내를 이르는 말’이다.  그것은 홍합이 여자의 생식기를 닮았다는 뜻이다. 아울러 ‘은근한 존중‘을 나타낸다.

 

    홍합[紅蛤]에서는 ‘감칠 맛[Umami]’이 난다. 감칠맛은 ‘제5의 맛’이다. '혀끝에 오래도록 남아 맴도는 맛‘ ’돌아서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 맛‘이 바로 감칠맛이다. 갓난아이가 제일 먼저 느끼는 맛도 감칠맛이다. 엄마 젖에 바로 그 우마미[Umami]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감칠맛이 나면 입안에 침이 흥건히 고인다. 위 속에선 소화액이 솔솔 나온다.

 

    감칠맛을 내는 것들은 멸치[이노신산+글루탐산], 다시마, 양파, 김[이상 글루탐산], 토마토[글루탐산+아스파라긴산], 양파[플로필 메르캅탄], 가쓰오 부시[이노신산], 마른 표고버섯[구아닐산], 마른새우[아데닐산], 조개[글루탐산+아데닐산+호박산]등이다.

 

   홍합[紅蛤]글루탐산 글리신 알라닌 같은 아미노산과 젖산 성분이 듬뿍 들어 있다. 감칠맛을 내는 천연 조미료인 셈이다.

 

     다른 음식을 빛나게 해주는데 으뜸이다. 탕이나 미역국에 넣으면 음식 맛이 확 달라진다. 실제 바닷가에서는 홍합 삶은 물을 농축해 천연 조미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해물요리에 약방의 감초처럼 쓴다. 홍합 스프도 즐겨 먹는다. 홍합은 프랑스어로 물[Moule]이다. 물처럼 잘 먹지만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든다. 비싸다.

 

     홍합[紅蛤]은 센 불로 빨리 조리해야 한다. 약한 불에서 엄청 오래 끓이면 향이 사라진다. 강한 양념을 넣어도 홍합향이 죽는다. 홍합 탕은 청주 반 숟갈 넣고 끓이면 비린 맛이 사라진다. 홍합껍데기까지 넣어 같이 끓여야 깊은 맛이 우러난다.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하다.

 

     홍합[紅蛤]은 겨울철이 제철이다. 늦봄에서 여름까지는 산란기여서 식중독 위험이 있다. 홍합은 고단백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이다. 간을 해독해주는 타우린이 풍부하며 비타민C가 많은 콩나물과 같이 먹으면 지끈거리는 머릿속이 맑아진다. 빈혈, 현기증, 식은 땀 나는 약골들에게는 그만이다.

술꾼들은 홍합탕에 열광한다. 뽀얀 국물에 청양고추 어슷하게 썰어 넣은 홍합탕은 생각만 해도 쓰린 배속이 시원해진다.

 

     홍합[紅蛤] 요리는 많다. 홍합 찜, 홍합짬뽕, 홍합볶음, 홍합스파게티, 홍합조림, 홍합버섯 무침, 홍합 두부된장찌개, 홍합을 쇠고기와 조린 홍합초[골다공증 예방]쇠고기 전복 찹쌀과 푹 끓여 후루룩 마시는 홍합삼합 미음, 울릉도의 홍합밥집[홍당무와 각종채소를 넣어 짓고 양념장에 김 가루 섞어 비빈 밥에 울릉도 특산 명이나물{산 마늘}하나 얹어먹는데 옆에 사람 잘 살피면서 먹어야 한답니다..........한사람 죽어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맛이 좋다니까요!]

 

여기서 홍합의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자연산 홍합은 껍데기가 흑진주처럼 반들거린다. 보랏빛이 살짝 감돈다, ‘찰브락 찰브락 일렁이는 물살에 검고 윤나고 걀쭉[조재도 시인]하다. 양식보다 2~3배 크고 또 그만큼 비싸다. 수염이 부얼부얼하다 입은 앙다물고 있다. 껍데기가 매끈하지 않고 우둘투둘하다. 홍합은 오래두면 껍질 안쪽에서 끈적끈적한 것이 흘러나온다. 신선하지 않다. 즉 만져봐서 끈적이는 것은 사지 말아야 한다.

 

     홍합탕은 포장마차 밖으로 새 나오는 그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흠흠 들큼하고 엇구수하고 구뜰한 그 냄새. 가슴속이 얼부푼다. 땅거미 어둑어둑 내릴 무렵이면 더욱 그렇다. 포장마차 홍합탕은 꼭 월급쟁이를 닮았다. 간, 쓸개 다 빼놓고 다니는 싱겁기 짝이 없는 사람들! 가도 가도 굽이굽이 아리랑 길! 그렇다! 이 또한 언젠가 지나리라!

 

 

‘끝내 입을 열지 않는 홍합이 있어/ 칼을 들이댄다.// 끓여도 끓여도 열리지 않는 문/ 죽어서도 몸을 열지 못하는/ 그 안에 무슨 비밀 잠겼을까?/ 남의 속은 풀어 주면서/ 제 속 풀지 못하는 홍합의 눈물/ 그토록 깊어 단단했구나.// 들이댄 칼로 내 속을 찔리고 마는/ 죽어서도 못 열 비밀 하나쯤/ 간직하고 사는 붉은 니 마음/ 내 알리/ 알리‘        [권천학의 ’홍합‘에서]

 

‘출근길 밥상에/ 달랑 홍합 국 한 그릇./ 양념하나 넣지 않고/ 급하게 물만 부어 끓였다는데/ 간도 적당하고. 담백하니 참 시원하다.// 마주 앉은 아내/ 화장기 한 없이/ 반짝이는 물 빛 얼굴로/ 미안한 듯 나를 바라보는데/ 절로 우러나는 웃음살이/ 그대로 홍합 국 국물 맛이다.’    [한승수의 ‘홍합 국’에서]

 


2011년 01월 28일


동아일보 제27839호 My Weekend Trend5 면 좌측 하단에서

김 화성 전문기자의  

아하, 이 맛! mars@dong.com 글을

청평 강가에서

단양의 화통 / 6K2FYL. 신 영섭

02월 09일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