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식당 집 삽살개가 버릇대로
술 한잔 청한
나그네 발 밑에 와
앞발을 치켜들고 낑낑 거리며
먹을 걸 달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루종일 저 높은 산을
혼자 갔다 왔는지 알지도 못하고.
하찮은 안주 한 조각을
반가이 줏어 먹고는
쉴새없이 꼬리를 궁둥이 째로 흔든다
천근같은 내 발에
아주 작은 제 발을 얹어 놓고서.
그래 너처럼 살아야지
태산같은 인생을 다 털어버리고
쬐끄만 복을 겨워하며
온몸으로 감사해야지
어디 먼 곳으로 떠나갔다가
가진 것 다 털어 먹고
옛 집 앞에 다시 와서
우물쭈물 들지 못하다가
그때까지도 있던 누렁이 짓는 소리에
사립문이 열리고
그저 그렇게 생겨먹은 식구들이 반가워서
꺽꺽 목 놓아 울어버린
.
.
.
3류 산행 이었다.
다시 보게 하시고 page 29~30(2Sheets)
서울詩壇 시선[11]
저자 ; 李 鎭榮
2000년 10월10일 1판 1쇄
펴낸 곳 ; 문예운동
2011년 01월 17일
의정부 집에서
단양의 화통 / 6K2FYL. 신영섭 올림.
저자 이 진영은 신영섭의 죽마고우로서
충북 도 교육위원회 장학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