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Cider]
사이다
무색 투명한 탄산음료를 우리는 사이다[Cider]라고 부른다. 국어사전을 보면 사이다에는 두 가지 뜻풀이가 있다. 하나는 탄산수에 향료를 섞어 만들며 맛이 시원하고 달콤한 청량음료라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독한 술, 식초의 원료로도 쓴다는 풀이도 있다.
반면 영어사전에서 사이다[Cider]항목을 보면 사과주스를 원료로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성 음료라는 설명이 나올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톡 쏘는 맛의 탄산음료나 청량음료라는 풀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영어사전에서 사이다[Cider]라는 단어가 들어간 청량음료를 찾으면 사이다 컵[Cider Cup]정도를 찾을 수 있는데 사과술에 소다수를 섞은 음료이니 아이들이 마시는 탄산음료가 아니라 어른들이 즐기는 가벼운 칵테일의 한 종류다.
영어에서 말하는 사이다[Cider]는 우리가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데 우리의 사이다[Cider]에 해당하는 탄산수라는 뜻의 소다[Soda]가 가장 가깝다.
예전에 소풍갈 때 필수품이었던 사이다[Cider]는 그러니까 본 고장인 서양에서는 사과술 또는 사과즙을 나타내는 단어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에서는 엉뚱하게 탄산음료를 가리키는 단어로 변신한 것일까. 우리가 쓰는 사이다[Cider]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전해졌다. 이를 탄산음료라는 뜻으로 쓰는 나라는 대한민국과 일본뿐이다.
일본에서 사이다[Cider]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에도시대 말기라고 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서 발행하는 닛케이[日經]디자인이라는 잡지에 따르면 1868년 영국의 무역회사가 요코하마에서 샴페인사이다라는 음료를 판매했는데 이것을 줄여서 ‘사이다’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샴페인사이다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탄산음료인 사이다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문자 그대로 사과술로 만든 발포성 알코올음료, 그러니까 스파클링 와인 종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까지는 사이다라는 이름이 제대로 쓰인 것인데 샴페인사이다를 줄여 사이다라고 부르는 과정에서 사과술로 만든 발포성 와인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톡 쏘는 성분만 강조됐다.
1899년 당시 일본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음료수인 탄산음료가 요코하마에서 선을 보이는데 ‘金線[금선]사이다’라는 브랜드로 판매되었다. 그리고 곧 요코하마는 물론이고 일본 전역에서 인기를 얻으며 전국적으로 팔리는 상품이 됐다. 탄산음료에 엉뚱하게 사과술에서 온 사이다라는 이름이 붙게 된 계기이다.
우리나라에는 한일 강제병합 이전인 1905년 탄산음료가 처음 들어 왔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궁궐에 납품하거나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 고관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사이다를 수입했다. 이렇게 들어온 사이다는 광복이 될 때까지 일본인들이 탄산음료를 독점 생산하면서 사이다라는 명칭이 탄산음료를 가리키는 용어로 굳어진다.
광복 후 국내사이다 시장에는 서울의 서울사이다, 부산의 동방사이다, 대구의 삼성사이다, 등 크고 작은 상표가 난립한다.
6.25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50년 05월에 각각의 사이다 공장에서 일하던 기술자와 자본가 일곱 명이 자본을 모아서 사이다 회사를 만들었는데 일곱 명이 모여서 만든 회사라는 의미에서 별이 일곱 개 모였다는 뜻의 ‘칠성’이란 브랜드를 사용하게 됐다.
음식 문화평론가 윤 덕노의 음식이야기 [14]
동아일보 제27872호 2011년 03월 10일 목요일 A33면 [40]
2011년 03월 11일
청평 강가에서
단양의 화통 / 6K2FYL. 신영섭 옮겨 적음